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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뒷바라지만 한 할머니들 깊은 속내가…" 작은 미술관 여행
신풍미술관
18년 04월 05일    176

[길따라 멋따라] "평생 뒷바라지만 한 할머니들 깊은 속내가…" 작은 미술관 여행

(예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군 단위 작은 지자체에 마련된 미술관 여행. 그것도 할머니들의 그림을 전시한 곳.
그곳엔 사람을 끄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
경북 북부의 작은 지자체, 예천군 지보면 신풍리에 있는 신풍미술관은 글을 쓰고 읽기는커녕 그림을 그려본 적은 더더구나 없는 할머니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이 그림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림을 휙 훑어보고 나오는 식이면 그림이 가진 깊이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 관광, 숙박이 결합한 6차산업의 전형, 신풍미술관(성연재 기자)
농업, 관광, 숙박이 결합한 6차산업의 전형, 신풍미술관(성연재 기자)

프랑스의 루브르나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사 박물관도 음성으로 설명을 들어야 그 미술품이 가진 의미와 배경을 알 수 있게 되고 소통도 가능하다.
신풍미술관은 개인이 사재를 털어 2010년 세웠다.
이곳은 개관 이후 지역 할머니들의 그림을 내거는 전시를 계속해오고 있다.
할머니 대부분은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관장인 이성은(55)씨로부터 미술 교육을 받으며 눈을 떴고 작품으로 이어졌다.
이 관장은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인 '신풍리 Artist 할매가 떴다'를 운영한다.
할머니들은 평생 농사로 굳은 손가락이 쉽게 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향상됐다.
덕분에 80대 중반인 노순연 할머니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뽑혀 뛰는 영광도 누렸다.
7년 전 동네 신풍미술관에서 그림을 처음 배운 노 할머니는 김연아를 비롯해 동계올림픽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이 너무 정교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됐다.
노순연 할머니가 그린 동계올림픽(성연재 기자)
노순연 할머니가 그린 동계올림픽(성연재 기자)

노 할머니는 이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는 여늬 시골 할머니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성은 관장의 지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동네에서 할머니 화가로 불린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 관장으로부터 할머니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이 눈에 띄어 물어봤더니 청개구리 그림이란다.
한 할머니는 청개구리를 그리려 했지만 평소 수없이 봐온 청개구리 모양이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밖에 나가 청개구리를 한 마리 잡아오라고 부탁했다.
할아버지가 어렵사리 잡아온 청개구리는 그러나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펄쩍 뛰어 도망을 다녔다.
김성은 관장이 할머니들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김성은 관장이 할머니들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그 청개구리를 잡기 위해 온 방을 뒤지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폭소를 터뜨렸다.
이 할머니는 개구리를 한 손에 잡고 끝내 그림을 그려냈다.
그림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거울이라고 이 관장은 설명했다.
이 관장은 시어머니 그림을 예로 들었다.
할머니가 그린 청개구리. 실제 청개구리를 한 손에 잡고 그렸다(성연재 기자)
할머니가 그린 청개구리. 실제 청개구리를 한 손에 잡고 그렸다(성연재 기자)

평소 어렵게만 생각한 시어머니가 그린 그림은 작은 시골집이었다.
그런데 한쪽 창문 창살이 유난히 촘촘한 게 눈에 띄었다.
"왜 그리 그렸냐"고 물으니 시어머니는 "네가 추위를 많이 타서 조금이라도 덜 춥게 하려고 그리 그렸다"고 말씀하시더라는 것.
이 관장은 "어른들의 마음 씀씀이를 따라갈 수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평생 남의 뒷바라지만 하고 사셨던 할머니들의 속내를 알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들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나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와 그림을 그리시도록 돕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관장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단순하다.
그림이 사람을 치료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성은 관장이 전시품 중 하나인 축음기를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이성은 관장이 전시품 중 하나인 축음기를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경북 깡촌의 작은 마을에 미술관이 들어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 미술관에 할머니들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를 주제로 한 그림부터 이 관장이 해외 유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아놓은 다양한 가구들도 눈에 띈다.
특히 100년이 넘은 서양 고가구들 가운데 접이식 벽장들은 특이한 모양과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관장이 소유하고 있는 축음기. 소리가 곧잘 난다(성연재 기자)
이 관장이 소유하고 있는 축음기. 소리가 곧잘 난다(성연재 기자)

이 관장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으면 미술관이 달라 보인다.
이런 진귀한 미술관이 작은 시골 군 단위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한 지자체가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또 다른 지자체가 살짝 베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관광 기획보다는 훨씬 더 값어치 있고 참신해 보였다.
◇ 그 밖에 가볼 만한 곳
인근 용궁면을 찾으면 간이역인 용궁역을 들러도 좋다.
폐역은 아니어서 하루에 무궁화호가 몇 차례 오갈분 바쁠 일이 전혀 없는 곳이다.
이곳엔 작은 카페가 있고 사진찍기 놀이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작은 카페가 마련된 용궁역은 사진찍기 놀이에 최적의 공간이다(성연재 기자)
작은 카페가 마련된 용궁역은 사진찍기 놀이에 최적의 공간이다(성연재 기자)

편안하게 옛날 물품들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으면 더없이 좋다.
예천의 삼강주막을 아는 사람은 적지 않다.
낙동강 변에 마련된 삼강주막은 다리가 없던 그 옛날, 나루터 앞에 세워진 작은 주막이었다.
낙동강과 그 지류인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나루터에 1900년 무렵 지은 삼강주막은 낙동강 700리에 남은 하나뿐인 주막이다. 마지막 주모가 세상을 떠난 뒤 허물어져 가던 것을 2006년 복원했다.
◇ 가는 길
서울의 경우 동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북도청행 버스를 탄다.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평소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넉넉하게 갈 수 있다. 예약하면 관장이 픽업을 나가기도 한다.
◇ 근처 맛집
빠뜨리지 말아야 할 숯불 오징어 요리(성연재 기자)
빠뜨리지 말아야 할 숯불 오징어 요리(성연재 기자)

예천 용궁면에는 유명한 맛집이 많다.
작은 면 소재지이지만 순댓집이 여럿 자리 잡고 있는데,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집의 참맛은 오히려 순대보다는 숯불에 구운 양념 오징어다.
양념 오징어를 놓치지 말고 시키기를 권한다. 용궁면에서는 간이역인 용궁역에 '토끼 간 빵'을 맛볼 수 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3/10 07:00 송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3/08/0200000000AKR20180308160800800.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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